꽃만큼 일상생활 깊숙이 희로애락을 함께 호흡하는 식물도 드물다.
때로는 축하와 감사를 전하고 때로는 격려와 위로,
그리고 때로는 애통함을 담아 전달하는 감정의 전령사다.
꽃은 시다. 김춘수의 ‘꽃’은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꽃이 되는
관념적인 철학으로 다가오지만
김영랑의 모란은 ‘찬란한 슬픔의 봄’을 기다리는 소망을 얘기한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 울분 어린 민족 정서를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라는 의지로 승화해 냈으며,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는 간난고초를 견뎌낸 누님 같은 완숙함을 국화로 묘사했다.
꽃은 나라다. 스코틀랜드의 엉겅퀴는 잠입하는 덴마크 바이킹들이 그 가시에 찔려
지르는 비명을 듣고 대피해 위기를 모면했다는 설화를 가진 호국의 나라꽃이다.
호주의 와틀은 18세기말 초기 정착민들의 주택, 가구 등의 재료가 된 삶 자체였고,
우아한 노란색조와 향 때문에 사랑받는 나라꽃이 됐다.
매화와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모란은 부귀영화와 아름다움의 상징이지만 측천무후의
질투에 얽힌 설화 때문에 권력에 굴하지 않는 절개를 뜻하는 전설의 꽃이다.
꽃은 역사다. 상고사에 등장하는 무궁화는 신라, 고려 때의 ‘근화’라는 이름을 거쳐
구한말 나라꽃이 된다. 애국가의 ‘무궁화 삼천리’는 ‘별건곤’ 3권2호(1928년 발간)
‘조선산 화초와 동물’편의 ‘개화기가 무궁하며 정조있는 결백함으로 민족성을
그려내고 있다’는 평과 일맥상통한다.
무궁화는 일제 강점 시절 민족의 상징이자 독립에 대한 꿈, 희망 그리고 역사였다.
꽃 향기가 사라지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대 호세 푸엔테스 환경과학과 교수는
대기오염으로 1㎞를 넘나드는 꽃향기가 200~300m에 머물러 꽃 꿀을 못찾는
벌들이 대규모 폐사 위기에 처했다고 최근 경고했다.
벌이 사라지면 결국 꽃도 생식을 못해 사라진다.
이제 꽃은 환경이다.
출처 : 문화일보
2008.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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