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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밀양 백운산 - 호박소계곡

바람소리7 2008. 8. 4. 14:35

밀양 백운산 - 호박소계곡

억겁이 빚은 절구 얼음장 淸流 가득 

억겁의 세월이 빚은 자연물이라기엔 너무나 정교하고 아름다운 절구통 소(沼)인 호박소. 밀양8경의 하나로 호박소계곡 끝지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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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비를 뿌리는가 싶더니 연일 폭염이다. 가히 중복을 즈음한 여름날씨답다. 이번 주 역시 계곡을 찾아간다. 경남 밀양의 호박소계곡이다. '영남알프스의 맏형' 가지산(1,241m)을 남쪽으로 깊게 파고 들어간 용수골과 '작지만 큰 산' 백운산(891m) 지계곡들의 물길이 모여 더 큰 소리로 흘러내리는 곳이다.

암반이 많고 소가 즐비해 근교산 계곡 중 내로라하는 명소로 뽑힌다. 특히 활엽수 및 단풍나무가 많은 점은 이 계곡의 또 다른 매력이다. 바로 그 나무들에게 고운 빛이 내려앉는 가을이면 감동은 더욱 커진다.

이 때문에 산&산에서도 이 계곡을 소개한 바 있다(2005년 11월 10일자 산&산 58번 참조). 물론 당시는 호박소계곡 전체가 아닌 상류인 용수골에 초첨이 맞춰졌다. 하지만 이번엔 호박소계곡 전체를 아우른다. 예사롭지 않은 풍광이 줄곧 이어지는 데다 언제나 철철 넘쳐나는 수량이 자랑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은 짙은 녹음 아래 얼음장처럼 차가운 청류가 압권이다. 달리 제재하지도 않아 '풍덩' 뛰어들면 그만이다. 생각이 중단되고 만사 부러운 게 없어진다.

계곡은 차가운 청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비경으로 유명한 호박소가 있다. 절구의 일종인 호박(臼)같이 둥그스레한데 지름이 30m나 되고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암반형 소(沼)다. 억겁의 세월이 빚은 자연물이라 하기엔 너무나 정교하고 아름다워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탐승객들의 발길이 사철 끊기지 않지만 피서지로도 이름 높아 여름이면 더욱 분주하다. 이 호박소는 지난해 밀양시가 새로 선정한 밀양8경의 하나로 올라있다.

 

계곡이 아름답고 볼거리가 많아도 접근이 어려우면 그림의 떡이다. 하지만 호박소계곡은 이 부분에 관해선 어느 계곡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 호젓하게 즐기기엔 인근의 가인계곡과 주암계곡이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 계곡은 찾아들어가기엔 교통이 여간 불편하지 않다. 그기에 비하면 호박소계곡은 교통천국이다. 국도 바로 옆이어서 차를 갖다대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다 접근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도 얼마 되지 않는다. 부산 구서동 출발을 기준으로 할 때 넉넉잡아 1시간이면 충분하다. 이와 같이 접근성이 좋은 것도 여름산행지로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임에 틀림없다.

코스는 호박소계곡 삼양교를 시작점으로 출발, 계곡 하류지점에 있는 호박소로 내려간 뒤 호박소를 구경하고 이후 호박소계곡에 능선 자락을 담그고 있는 백운산을 능선을 따라 오른 뒤 호박소계곡으로 다시 내려서는 것으로 했다. 이렇게 할 경우 호박소계곡의 주요 구간을 다 둘러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백운산의 하이라이트인 암릉구간을 죄다 탈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백운산의 암릉은 속리산 혹은 월악산의 그것을 일부 빼다박은 것처럼 장중하게 흘러내린 대슬랩과 여인의 살갗보다 더 하얀 기암들의 경연장이다. 백운산이 '작지만 큰 산'으로 불리는 이유다.

사실 이 암릉은 지난 번 산&산에서 일정 부분 소개됐다. 그러나 전부 소개할 수 없었던 것은 직벽으로 흘러내리는 몇몇 지점이 상당히 위험하고 또 로프까지 낡아 언제 어떤 사고가 날 지 모르는 상황 때문이었다.

다행이 이런 사실을 밀양시가 알고 지난 5월 4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철계단을 만들고 고정로프를 설치한 덕분에 마음놓고 소개할 수 있게 됐다. 산행객들의 안전을 세심하게 챙기는 밀양시의 따뜻한 배려가 고마울 따름이다.

구체적 경로는 다음과 같다. 밀양시 산내면 삼양리 호박소계곡입구 삼양교~호박소~백연사~도로~암릉~백운산~이정표사거리~이정표삼거리~안부~호박소계곡~대형주차장 순. 휴식을 포함하면 4시간쯤 걸린다.

산행은 호박소계곡 입구의 삼양교에서 시작한다. 삼양교는 언양에서 옛 24번 국도를 타고 석남터널을 지나 밀양쪽으로 5~6분쯤 내려가면 닿는 곡각지점에 있다. 다리를 건너면 비교적 넓은 공간에 호박소계곡을 알리는 입석과 호박소휴양지 입간판이 세워져 있어 참고가 된다. 차를 가져왔다면 휴양지 내 대형주차장에 세워놓고 돌아나오면 된다.

호박소로 연결되는 등로는 이 다리에서 도로를 따라 밀양쪽으로 1분쯤 걸어내려간 지점의 왼쪽 아래 계곡쪽으로 나 있다. 여느 산문의 길처럼 이정표가 있거나 리본이 많이 달려있지 않은 데다 가드레일까지 설치돼 있어 쉬 찾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절개지 붕괴를 막기 위해 도로 오른쪽에 시설해 놓은 계단형 도로옹벽을 지나기 직전이라는 점과 도로 왼쪽에 설치된 역삼각형 교통표지판 2개(처음은 눈비 올 때 미끄럼 주의 표지판이고 다음은 위험표지판이다)를 막 지난 지점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그렇게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옹벽을 지났다면 들머리를 놓쳤다고 보고 되돌아 오도록 한다.

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은 초입 부분이 약간 거칠다. 도로 경사면인데다 철조망도 한 가닥 쳐져 있어 깔끔하지가 않다. 하지만 4~5m쯤 내려가 오른쪽으로 틀면 곧 옛길을 만나고 그 길을 따르면 호박소까지 순하고도 쉽게 내려갈 수 있다. 호박소까지 10분 소요.

백운산으로 오르는 길은 호박소 아래 백연사와 백연식당 사이 대밭 사이로 나 있다. 대밭 앞에 야외용 천막이 쳐져 있어 등로가 잘 보이지 않지만 천막을 지나 대밭쪽으로 다가가면 뚜렷한 계단길로 만날 수 있다. 호박소에서 백연사까지 3분, 대밭에서 밀양-울산간 24번 옛도로까지 7분쯤 걸린다.

도로에 올라서면 등로는 도로 건너편 낙석방지 철조망 사이 빈 틈으로 열려 있다. 벽면에 흰색 페인트로 '←백운산'이 표시돼 있어 참고가 된다. 이곳이 백운산 능선의 사실상 초입이다. 20분쯤 된비알로 오르면 처음으로 이정표를 만난다. 은색 철제 이정표엔 '삼양리 백운산' 방향이 표시돼 있다. 진행 방향은 당연히 직진의 백운산쪽이다.

백운산 암릉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밀양시에서 설치해 놓은 각종 안전시설 덕분에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철계단까지 12분, 다시 단식원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 안부까지 5분이 더 걸린다. 진행 방향 왼쪽으로 시원하게 흘러내린 대슬랩와 암릉이 눈길을 빼앗고 오른쪽으로 구비치는 24번 도로와 그 너머의 가지산 자락, 호박소계곡, 휴양지 주차장 등이 발길 아래로 펼쳐진다. 철계단 아래는 과거 초보자들이 애를 먹었던 직벽이다.

삼거리 안부에서 진행 방향 정면의 날등을 타면 20분쯤 걸려 삼각점에 닿고 다시 3분쯤 더 걸어가면 정상에 올라선다. 정상은 날씨가 맑은 날이면 주변 조망이 시원하다.

호박소계곡은 정상에서 가지산 주릉으로 이어진 지능선을 23분쯤 타면 만나는 이정표 사거리(제일농원 1.7㎞· 남명초교 4.0㎞) 안부에서 오른쪽 사면길로 연결된다. 그곳으로 가기 위해선 작은 안부로 내려서야 하고 이정표 삼거리(제일농원 1.5㎞)도 지나야 한다. 정상에서 작은 안부까지 3분, 이정표 삼거리까지 4분, 이정표 사거리까지 16분쯤 걸린다. 작은 안부와 이정표 삼거리 모두 왼쪽길이 가야할 등로다.

이정표 사거리에서 오른쪽의 사면길을 13분쯤 따라가면 물길이 있는 지점에 또 다른 이정표를 만나게 된다. 구룡소폭포 갈림길이다. 여기서 바로 하산하겠다면 이정표의 구룡소폭포 방향을 따라 내려서면 된다. 하지만 그럴 경우 휴게소로 바로 내려서기 때문에 호박소계곡의 진면목을 구경할 수 없다. 해서 이정표엔 없지만 왼쪽의 오름길을 따라 오를 것을 권한다. 그 길로 연결된 호박소계곡 내림길이 호박소계곡 산행의 사실상 백미이기 때문이다. 안부로 올라가는 길이 조금은 희미하지만 마른 계곡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생각으로 방향을 잡아 나가면 어렵지 않게 이어갈 수 있다. 갈림길에서 15분 소요.

안부에 올라서면 능선의 좌우 길은 뚜렷하나 지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은 약간 희미하다. 하지만 진행 방향 정면의 약간 왼쪽으로 나아가면 발길 닿은 흔적은 많지 않지만 그런대로 알아볼만한 길로 연결된다. 산죽을 지나고 나면 뚝 떨어지는 지점에서 지계곡을 만나고 그 계곡을 정면으로 통과해 올라서면 다시 희미하지만 옛길로 이어진다. 이후 지계곡을 오른쪽에 두고 계곡과 멀리 떨어지지 않으면서 나란히 따라가면 25분쯤 걸려 합수지점인 주계곡에 내려서게 된다. 이후 넓고 좋은 주계곡 등로를 따라가면 20분쯤 걸려 휴게소에 도착한다.

휴게소에 내려서기까지 암반으로 이뤄진 수많은 폭포와 소, 시원스레 쏟아져 내리는 청류가 지친 발걸음을 자꾸만 잡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산행 문의 레포츠부 051-461-4161, 박낙병 산행대장 011-862-6838.

글·사진=진용성 기자 ysjin@busanilbo.com


/ 입력시간: 2008. 07.31. 1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