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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을 가보지 않은 사람들은 쉽게 그곳을 분주한 어촌마을로 기억하곤 한다. 물론 영덕은 영덕대게의 집산지인 ‘강구항’과 ‘축산항’ 그리고 ‘고래불해수욕장’ 등이 대표적인 바닷가 마을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계절 진짜 영덕의 참맛을 보고자 한다면 바닷가와 더불어 탱글탱글 영근 보리밭길을 걸어보라 권하고 싶다. 또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고택과 바람에 흔들리는 종소리만이 경쾌한 사찰 장육사. 그리고 머릿속 근심을 모두 덧칠해줄 초록의 자연을 통해 진정한 에코휴양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잘 익은 보리가 넘실대는 인량 나라골보리말
“개굴, 개굴, 개굴” 밤이 깊어가자 보리말 가득 개구리 우는 소리만이 가득 울려 퍼진다.
하늘에는 총총 박혀있는 별이 반짝이고, 바람이 부는 대로 “사라락~ 스르륵~” 저희들끼리 살을 부비는 보리밭의 소리도 간간히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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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 보리밭하면 파랗게 물든 청보리만을 생각하지만, 추수를 기다리는 황금보리밭도 그에 못지 않게 어여쁘다.
고요한 밤, 평화로움을 만끽하며 잠이 들고, 다시 찾아온 아침.
이맘때 나라골 보리말은 황금빛 보리물결로 넘실댄다. 영덕군 창수면 인량리 ‘나라골 보리말’은 경북 최대 보리 생산지이다. 인량리는 풍수지리적으로 마을의 터가 명당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8성씨 12종택이 자리하고 있다.
그렇게 누런 보리밭의 어여쁜 풍경을 담아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다보면, 또 다시 눈에 들어오는 것이 바로 마을 곳곳에서 숨어 있는 고택들이다. 이들 고가 및 종택들은 지금도 각 종가의 후손들이 사용할 정도로 보전상태가 매우 양호하며, 각 종택마다 고유한 종가음식 및 제례풍습을 보유 있어 마을의 주요 자원이 되고 있다. 그리고 가만히 이런 고택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조선시대에 불시착한 미래인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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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탁소리와 종소리 그리고 바람 부는 소리가 들리는 장육사
바람이 불자 “딸랑, 딸랑” 경쾌한 종소리가 귓가에 그대로 울린다.
그리고 대웅전에서는 주지스님의 목탁소리와 성불을 올리는 소리가 마음까지 고요하게 만들어준다. 종교와 관계없이 사찰은 마음의 평안을 안겨주는 묘한 매력이 있다. 특히나 장육사는 조용조용 찾아오는 이들을 안아주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 심신이 지친 이들에겐 더없이 좋은 장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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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장육사는 절 자체의 미(美)도 좋지만 가는 길과 오는 길에서 더욱 인상적인 풍경들을 접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보리말부터 장육사까지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녹음가득 농촌의 모습을 꾸밈없이 바라볼 수 있어, 더욱 흐뭇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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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시리전통마을을 지나 대진 해수욕장으로
고택은 안동에 가야만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은 그야말로 착각에 불과했다. 특히나 이곳 영덕에서는 마을 중간 중간 근엄한 표정으로 “에헴” 헛기침을 할 것만 같은 고택들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특히 괴시리 전통마을에 인접해서는 전통이 살아있는 멋스런 집들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다. 괴시리 전통마을은 영양 남씨 집성촌으로, 400여 년간 세거를 누리며 살고 있는 팔자 형국의 마을이다. 그리고 ‘괴시리’라는 현마을 명칭은 고려 공민왕 8년 때 목은 이색 선생과 교분이 두터운 중국 사신 래왕 시가 마을을 방문하다 마을 형상이 괴시리 수구 풍면의 호지촌과 비슷하다하여 칭하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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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괴시리마을의 입구와 꽃담길
괴시리 마을을 지나 이번에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대진해수욕장으로 발길을 돌려보았다. 영덕에는 대진해수욕장을 비롯해, 고래불 해수욕장, 영리해수욕장, 덕천 해수욕장처럼 크고, 작은 해수욕장들이 해안을 따라 즐비해있다.
그중 대진해수욕장은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 배경지로, 백사장을 가로지르는 송천이 바다와 만나고, 수심이 얕아 가족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는 곳이다. 뭐니 뭐니 해도 대진해수욕장의 매력은 맑고 깨끗한 바닷물인데, 해외 유명한 휴양지에서나 상상할 수 있는 투명한 물빛을 이곳에서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축산1리에서 대진해수욕장에 이르는 해안도로는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아주 좋으니 차창을 열어 상쾌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달려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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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구항에서 즐기는 ‘물회 그리고 국수’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의 촬영지로 유명한 강구항. 사실 영덕하면 워낙 ‘대게’로 유명한 지역인지라 이곳에 들르면 10~12마리에 5만원 가량하는 대게를 먹어보는 것도 좋다. 하지만 그보다는 조금 가볍게 한 끼를 때우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영덕 물회’ 맛보기를 추천한다. 신선한 해산물과 채소를 종종종 썰어서, 새콤, 달콤 고추장 소스에 비벼 한 입. 그리고 그 안에 자박하게 물을 넣어 또 한 입. 취향에 따라 국수나 밥을 말아 마지막으로 한 입. 마무리로 달큰한 국물까지 후루룩 들이키고 나면 그야말로 세상 무엇도 부러울 게 없어진다.
참고로 물회는 식당마다 소라물회, 막회물회 등 다양한 종류로 판매되고 있으니, 기호에 따라 미리 선택 후 들어가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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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여행은 어때요?> 제주엔 올레! 영덕엔 블루로드! 최근 영덕에서는 도보여행자를 위한 산책로 ‘블루로드’를 선보였다. 영덕 블루로드는 영덕 강구면의 강구항을 출발하여 축산항을 거쳐 고래불 해수욕장에 이르는 약 50km의 길로, 삼척의 관동대로와 더불어 도보여행을 위해 조성된 해안길이다. 각각 5~6시간정도 소요되는 A코스, B코스, C코스 총 3코스로, 여행객의 스타일에 맞춰 즐기는 여행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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