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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목’의 고장 강원 화천
바람소리7
2008. 7. 12. 10:55
<2008 현충일 특집-‘호국’ 역사의 현장> |
‘비목’의 고장 강원 화천 |
박경일기자 parking@munhwa.com |
호국 보훈의 달 6월이다. 호국과 보훈의 현장을 찾아가는 여행이란 마치 오래된 달력처럼 ‘낡은 느낌’이지만,
아픔이 깃든 역사의 현장을 찾아가 보면, 저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지게 마련이다.
이런 여행은 때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여정이 되기도 한다.
‘그들이 자신의 목숨을 던지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런 물음은 곧 ‘나는 잘 살고 있는가’란 질문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 화천 ‘비목의 고장’에서 평화의 댐을 찾아가다 강원도 화천은 가곡 ‘비목(碑木)’의 고장이다. 비목이란 ‘돌 대신 나무로 세운 호국전사들의 비’를 말한다. 돌로 지은 비가 비석(碑石)이라면 나무로 지은 비가 비목인 셈이다. ‘초연이 쓸고간 깊은 계곡…’
으로 시작하는 가곡 ‘비목’은 애잔한 선율도 그렇지만, 전장에서 산화한 젊은 넋을 기리는 가사는
더욱 쓸쓸함의 정서를 불러 일으킨다.
1963년 강원 화천군 백암산에서 전방 소대장으로 복무하던 한명희씨.
그가 순찰 도중 목련 나무 아래 이름 모를 군인의 돌무덤을 발견하고 지은 가사에다가,
훗날 작곡가 장일남씨가 붙인 가곡 ‘비목’.
그 비목의 노래와 이름 모를 군인들의 주검을 기리는 공원이 바로 강원 화천군 화천읍 동촌리의
평화의 댐 기슭에 있다.
위령탑과 몇 개의 비목이 세워진 비목공원은 규모가 작은 데다, 이즈음에는 찾는 이마저 없어 쓸쓸하다. 비목의 노랫말이 지어진 백암산은 공원에서 북쪽으로 14㎞쯤 더 들어가야 하는 곳이고,
공원에 세워진 비목도 비무장지대 내에서 발견된 것을 옮겨와 조성한 것이긴 하지만,
이곳에 서면 가곡의 가사가 선연히 떠오르면서 가슴이 뭉클해진다.
# 곡운구곡, 만산계곡…화천의 명소들 화천은 겨울 산천어축제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겨울보다는 여름에 훨씬 더 아름다운 곳이다. 화천에는 조선시대 대표적 성리학자인 곡운 김수증이 말년에 머물며 은둔생활을 했다는 곡운구곡이 있다.
잘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한때 매월당 김시습이 거쳐갔고 다산 정약용이 여행기를 써냈을 정도로 절경이다.
또 화천에서 김화 쪽으로 5번 국도를 타고가다 보면 만나는 만산계곡도 절경이다.
비포장길로 한참을 들어서서 만나는 때묻지 않은 계곡이 청량하다.
만산동 계곡 건너편 산 정상위에 병풍을 펼친 듯 우뚝 솟아있는 폭 100m, 높이 60m의 비래바위도 절경이다.
트레킹을 겸해 왕복 1시간쯤이면 비래바위 정상에 올라볼 수 있다.
화천에서 꼭 찾아봐야 할 곳 중의 하나가 바로 북한강을 가로지르는 구만대교와 그 다리 너머의 파로호다. 구만대교는 기초는 일제가, 교각은 북한이, 상판은 남한이 만든 다리로 현대사의 질곡이 그대로 묻어난 곳이다. 1944년에 축조한 파로호는 6·25전쟁 당시 화천전투 때 북한군과 중공군 수만명을 수장한 곳이라 해서 이승만
대통령이 ‘오랑캐를 쳐부순 곳’이란 뜻으로 파로호(破虜湖)라고 명명했다.
파로호 선착장에서 461번 지방도와 46번 국도를 타고 간동이며 오음리를 지나 소양호까지 이어진 길도 운치 있다.
9일까지 비목문화제… 13가지 체험행사 펼쳐져 평화의 댐을 찾는다면 6일부터 9일까지 ‘비목문화제’ 기간에 맞춰서 가보자. 올해로 13회째를 맞는 비목문화제에서는 추모행사와 추모 등 띄우기 등을 비롯해 13가지 체험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이와 함께 태극기 퍼포먼스와 평화의 종 달기 등 문화공연 등도 마련될 예정이다.
특히 개막식에서는 녹슨 철조망을 이용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참가자들에게 이렇게 잘린 철조망을 기념품으로 액자에 담아 제공할 예정이다.
화천군청 문화관광과 033-440-2225
화천의 숙소는 숫자도 그리 많지 않고, 종류도 다양하지 않은 편. 그러나 이즈음에는 객실이 여유가 있는 편이다. 화천읍의 파랑새 민박농원(033-442-4838) 해산관광농원 펜션(033-442-6623)
화악산농장자연휴양림(033-441-5930) 등을 권할 만하다.
화천읍과 파로호 일대에는 파로호와 북한강 등지에서 잡아낸 민물고기들로 끓여내는 매운탕집들이 즐비하다.
화천에서 구만대교 건너 ‘화천어죽탕’(033-442-5544)은 어죽탕(6000원)이 간판메뉴인데 다소 텁텁한 듯하지만
구수하고 깊은 맛이 느껴진다. 화천 = 글·사진 박경일기자 parking@munh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