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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사람 잡는' 찜통 더위...여름나기 뱀장어 좋아요!
바람소리7
2008. 7. 1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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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옥정' 모르면 간첩이야
부산에서 김해를 갈 때 건너는 김해교(옛 선암다리) 일대에는 오래전부터 장어집들이 밀집해 있다. 가장 오래된 집이 30년 전통의 '향옥정'이다.
이름부터 벌써 고색창연하다. 향옥정에 전화를 걸자 주인 공순자(69) 여사가 집이 누추해서 곤란하다며 정중하게 거절을 한다. "누가 집을 보러 갑니까, 맛만 좋으면 그만이지요"라며 약속을 잡았다.
향옥정에 들어가는 순간 다녀간 사람들의 사진을 보고 놀라고 말았다. 연예인으로는 김혜수 황신혜 이경규, 운동선수로는 이만기 안정환 송종국, 당대에 이름난 정치인에서 기업가들까지 손님으로 다녀갔다(젊은 여자 연예인의 사진은 별로 없다. 화장 안 한 얼굴로는 사진을 못찍겠다고 해서 였단다).
여기도 와보지 않고 뭘하고 다녔을까? 자책이 몰려온다. 이 곳에서 장사를 시작했을 때는 초가집이었다니 그나마 집도 나아졌다고 봐야할 것 같다. 이 집에서 2남3녀를 키우느라 돈도 별로 못모았다는 공 여사의 십팔번은 이미자의 '여자의 일생'이다. 향옥정의 특색 중 하나는 장어를 밖에서 구워서 가져오는데 알고보면 시설 때문이다. 장어가 나오기 전에 찬이 담긴 상이 먼저 나왔다. 장이나 마늘 따위를 제외하고도 찬이 15개가 넘는다. 장어집이 아니라 한정식집 같다.
공 여사는 "번거롭지만 초라한 오두막까지 찾아와 준 손님들에 대한 보답이다"고 말한다.
빨갛게 양념된 장어가 구워져 나왔다. 생강, 마늘, 고추장을 넣고 하루를 고아 만들었다는 소스에 장어를 찍었다. 끈적한 소스에 몸을 맡긴 장어가 입안에서 스르르 녹아내린다.
공 여사의 큰아들 오창원씨가 열심히 소스 맛 내는 방법을 배우고 있지만 아직까지 다 못배웠단다. 양념장어는 소스 맛인데, 소스 맛을 글로 표현하기는 참 어렵다.
또 생각날 뿐이다. 식사를 포함한 장어 구이 1인분에 2만원. 김해교를 건너 파출소 앞에서 대동 방향으로 우회전해서 30m 지점. 낮 12시부터 오후 9시까지 영업. 주차장 완비. 055-336-6283.
·대중화 선도 '장룡민물장어구이'
부산에서 뱀장어하면 빼놓을 수 없는 집이 강서구 녹산동 '장룡민물장어구이'이다. 십 년 전쯤에 누구를 따라 처음으로 와서 "장어를 싸게 먹을 수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장룡민물장어구이'가 박리다매로 부산에서 장어를 대중화시킨 공로는 인정할 만하다. 한 번에 300명이 식사할 수 있는 규모를 자랑하는데 오후 2시가 넘어서도 마당에 차들이 빼곡하다. 왜 '장룡'일까? 이 집 대표 이창준(36)씨는 "장룡이 장어라는 뜻도 있고, 이전에는 지렁이를 먹인 장어만을 사용해 그렇게 이름붙였다"고 했다. 이씨의 부친이자 녹산농협 조합장인 이광촌씨가 부산경마공원 맞은편에서 장어 양식장인 '장룡수산'을 운영하고 있다.
외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부친의 강권으로 식당을 맡았다는 창준씨는 "이 사업이 굉장히 매력적이다"고 했다. 돈도 벌지만 장어를 먹고 건강을 되찾았다는 손님들이 많아서 그렇다. 이 집에서는 소금구이만 하는데 현재 장어 1㎏에 3만4천원이다. 장어 가격의 변동이 심해 판매가격도 수시로 바뀐다. 불평하는 손님도 있지만 시세에 따라 가격이 내려가기도 한다.
창준씨가 직접 장어를 불판에 올려서 구우며 이야기한다. "장어가 급류를 타고 계곡까지 어떻게 올라오는지 신기해요. 장어는 물밖에 나와서도 습기만 유지되면 10시간 넘게 살아남습니다." 장어 맛이 무(無) 맛이지 않냐고 물었다. 창준씨는 "장어의 기름기가 입안에서 사르르 녹을 때 마약 같은 맛이 난다"고 말한다. 셀프서비스로 야채를 제공해 풍성하게 먹을 수 있다. 이 달 중 2호점도 내고 양어장도 개방할 계획이란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녹산배수펌프장 근처. 051-971-8077.
·그 밖에 갈만한 장어집
남구 용호동 섶자리 일대에는 장어집이 30곳이 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장어 무한 리필이 가능한 집들도 생겨나고 있다. 서면 롯데백화점에서 복개도로 방향으로 농협 바로 옆건물에 위치한 통영장어구이(051-806-8882)에서는 일인당 1만1천원을 내면 장어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
글·사진=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ilbo.com
·뱀장어 알고 먹자
꼬리 부위는 정력제? '비타민 A' 몸통보다 적어
뱀장어는 연어와는 정반대로 어릴 때 강으로 올라와 5∼12년 생활하다가 산란기가 가까워지면 바다로 내려간다. 우리나라 뱀장어는 오키나와 동쪽 깊은 바다에서 산란한다. 정확한 장소는 아직 모른다. 그 곳의 수심 400∼500m 지점에 700만∼1천300만개의 알을 수정시킨 뒤 암수 모두 죽는다. 알은 열흘 만에 부화해 쿠로시오 난류를 타고 일년간 부유생활을 하면서 북상, 우리나라 하구 부근에 이를 때 실뱀장어로 변태를 한다. 아직 산란기술이 개발되지 않아 실뱀장어를 잡아서 양식한다.
뱀장어는 세계적인 보신식품으로 오래전부터 먹어왔다. 일본에서는 여름철 보양식으로 장어구이가 유일하다. 독일인이 여름에 즐겨 먹는 아르숩페는 바로 장어국이다. 덴마크의 명물인 장어 샌드위치, 영국 노동자들이 즐겨먹는 냉동한 장어젤리는 스태미나 음식이다. 성경에는 '지느러미와 비늘없는 생선을 먹지 말라'고 나온다. 장어를 뜻하는데 왜 그랬을까?
장어집에 가면 장어 꼬리가 정력제라고 생각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 정력을 보강해 어디다 쓰려고 하는 걸까? 알고 보면 꼬리 부위의 비타민 A 함량은 몸통보다 떨어진다. 박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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