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부친상을 마치고...

바람소리7 2008. 7. 12. 11:04

일요일 오후 산행을 마치고 거의 다 내려올 즈음...

부재중 전화가 4통이나 들어왔다.

순간 불길한 예감에 바로 확인해보니 아버님이 위독하시다는 연락이다.


서둘러 내려와 집으로 도착해 샤워를 마치고 나오는데 아버님이 임종하셨단다.

오늘도 이 불효자식은 아무 생각 없이 평소와 마찬가지로 산행을 했는데...

임종도 못 지키는 불효를 저지르고 말았다. 


정신없이 대충 준비해 울산으로 가는데, 가족 모두 정신이 없다.

그동안 편찮으셔서 걱정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실 줄이야...

상태가 안좋으시면 병원에서 연락을 했을텐데...

며칠전 장기요양보험을 신청했더니 면담한 분의 얘기로는 정신도 멀쩡하고

아주 총기가 있으시다고 했는데...

비록 중풍으로 거동은 불편하셨지만 난 아버님이 90세까지는 사실 줄 알았다.


첫날이라 아직 입관을 하지 않아 상주복도 입지 못한 상태지만

오후부터 문상객이 조금씩 다녀가고, 밤늦게도 찾아오니

이제서야 아버님 돌아가신 것이 실감난다.

 

다음날 입관을 마치니 손님이 밀리기 시작한다.

 

마산창원과 부산에 있는 친구들, 그리고 멀리 진주친구들이 다녀가고...

너무 멀어 자리를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소식을 전한 친구들...

이 자리를 빌어 너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우리 동창들이 다녀간 저녁8시쯤은 너무 붐벼 제대로 인사도 못했는데...

그래도 진주에서 늦게 오는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끝까지 기다려준

지수중 부산 친구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마지막 3일째,

일찍 발인제를 지낸 후

아버님을 운구차에 모시고 고향으로 출발하니

참으로 만감이 교차한다.


그동안 중풍으로 고생하시어

아름다운 강산도 못 보시고...

자식들 호강도 못 받으신 우리 아버님...

일찍 상처하시고 홀로 고생하시다가

늙어버린 아버님 생각에 속으로 울음을 삼킨다.

그토록 보고 싶어 하시든 고향산천을

이제 저세상으로 가서야 밟게 되는 처지가 못내

야속하기만 하다.


고향마을에 도착하니 마을상조계로 구성된 상여꾼들은 벌써 도착해 있고

노제를 지내고 고향집을 한바퀴 둘러서 나오는데

폭염이라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그래도 산소가 집에서 멀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아버님 마지막 가시는 길이라 그런지

길가에 핀 도라지꽃과 참깨꽃이 오늘따라 서럽도록 하얗다.

상여 맨앞에선 소리꾼의 만가에 맞추어 화답하는 상여꾼들의 노랫소리가

또 나를 서럽게 하고...

옛 고속도로로 꺽어지는 지점(신당골 마을앞)에서 잠시 쉬면서

마지막으로 고향집을 돌아보니 오늘따라 산천이 너무나 푸르고

낡은 고향집이 저너머로 보인다.


아직 봉분이 정리되지 않아 산소 바로 앞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진주팀(맹서,계숙,혜숙,정자)들이 도착했다.

날씨도 무덥고 노상이라 준비가 되지 않아 제대로 대접도 하지 못해

마음이 영 편치 않다.


어머님 산소 바로 옆에 아버님 모시고...

새로이 어머님 산소를 손보고 나니

그동안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던 불편한 마음이

조금은 나아지는 것 같다.


그렇게 오래 사실 줄 알았던 아버님을 오늘 갑작스럽게 보내고 나니

살아생전 더 잘해 드리지 못한 것이 못내 후회스럽기만 하다.

후회해본들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 있겠냐마는

살아계실 때 잘해드리라는 말을 빈 말로 듣고 말았으니...


난 그저 우리 친구들에게

결코 후회스럽지 않도록

살아 계실 때 부모님께 잘해드리라는 말 밖에는...


더운 날씨임에도 문상해준 친구들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하며...


덕분에 무사히 일을 마칠 수 있었다.

고맙다 친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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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강병원 장례식장

 

 빈소를 홀로 지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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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으로 가는 운구차와 장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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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회관 마당에 놓여있는 꽃상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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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를 준비하는 마을 상조계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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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회관에서 노제를 지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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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생전 추억이 서린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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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집을 둘러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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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회관에서 산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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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들었던 마을을 뒤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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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고속도로 옆 길가에는 도라지가 하얗게 피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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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보이는 곳에서 잠시 쉬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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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의 도라지가 오늘따라 서럽도록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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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으로 당겨서 찍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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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고향집을 뒤돌아보니

오늘따라 고향산천은 더 푸르기만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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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고속도로를 따라 산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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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만장기는 바람에 펄럭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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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숲길 따라 이름 모를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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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길 따라 산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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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이 단장한 어머님 산소와 아버님 산소(좌측) 

 

2008.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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