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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줄을 톡톡치는 촛불의 박동소리를 들었습니까?

바람소리7 2009. 2. 28. 10:26

풍경과 시  

 

포플라 나무가 내려놓은 그림자의 어두운 어깨 위에,

참형 당한 이의 모가지 같은 그루터기가 하나 있었다.


어느 날, 그루터기의 상처 위에 아주 작은 촛불 두 자루가 켜졌다.

죽어서 산다는 건 이런 것일까.


그루터기는 새 생명과 함께,

여기 저기 새로이 켜진 촛불들의 푸른 함성을 들으며 뜨겁고 무성한 한 계절을 보냈다.


상처마저 환했던 여름이 끝나고 그루터기는 자신의 가슴에 뿌리내린 촛불이 시드는 걸 보았다.

그러나.

그루터기는 공원의 오후를 이전과 똑 같은 모습으로 말없이 지켰다.

왜냐하면,


굳어가던 자신의 핏줄을 무언가가 자꾸 톡톡 치는 걸 느꼈기 때문이었다.

몸으로 만져 보니 풀뿌리와 풀씨였다.

아, 촛불의 뿌리와 씨앗이라니! 그들은 떠나지 않았구나.


그들을 지키는 것이 그루터기의 몫이 되었다.

그루터기는 눈의 이불을 덮고 추위에 떨던 날에도 자신의 상처 속에 들어와 잠든,

어린 심장들의 박동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설렌다는 것은 이런 걸까.

첫 경험!


상처 위에 환하게 켜질 더 많은 촛불들을 꿈꾸는 저 그루터기는 우리들의 가슴일 테지.

그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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