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국도 드라이브 ③ 울진~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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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에 들어선다. 강원도에서 경상도로 도가 바뀐다. 별다른 목적지 없이 시작한 여행의 중반을 넘어섰다. 이 길이 끝나면 미련 없이 원래 속해있던 세계로 돌아가야 한다. 세상의 점 같이 콕 박혀있던 자리에서 벗어나 시속 100km로 달려 도망갈 수 있었던 이유는 한 가지다. 다시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역설적이게도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곳은 우리에게 떠날 자유와 빌미를 제공한다. 유목하던 시절의 기억이 DNA 깊숙이 저장되어 있기 때문일까.
현대에 새로 부활한 유목이 바로 캠핑 아닐까. 울진 뿐 아니라 전국에서도 손에 꼽는 구수곡야영장을 찾았다. 물줄기를 품고 있어 여름철 캠핑으로 부족함이 없다. 나무도 울창해 땡볕은 가려준다. 당연하게도, 데크는 이미 꽉 찼다. 통나무집 또한 마찬가지다. 여름 강원도의 번잡함을 피해 내려온 사람들일까. 야영장은 텐트마다 사람들이 가득이다. 혹시 몰라 챙겨온 침낭이 든든하다. 이런 날이라면 어느 바닷가 해수욕장이든 비박도 가능할 것 같다. 바닷가에서의 비박을 상상하며 아쉬움을 달랜다.
위아래 길게 뻗은 울진의 본격적인 시작, 죽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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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울진을 대표하는 구수곡자연휴양림. 휴가철을 맞아 산장은 물론 야영장까지 가득 찼다. 저렴하면서 깔끔한 시설을 갖춘 덕분에 전국의 캠핑족들이 찾는단다
오른쪽, 신라 법흥왕때 세워진 봉평신라비를 품은 전시관. 신라가 사용하던 독특한 한문과 함께 기존에는 기록되지 않던 내용을 담고 있어 그 가치가 높다
다시 7번국도로 들어서 울진의 최대(?) 관광지라고 할 수 있는 죽변항과 봉평해수욕장에 닿는다. 가까이에 울진봉평신라비전시관이 있다. 신라 법흥왕때 세워진 비석으로 길가 옆에 있던 것을 전시관을 지어 옮겨왔다. 봉평신라비는 신라식의 독특한 한문을 사용했다. 기존의 문헌에 기록되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어 신라사 연구에 힘을 보탰다. 전시관 밖으로 전국에서 발견된 비석을 전시해둔 야외전시장이 있다. 진짜는 아니지만 언젠가 교과서에서 보았던 광개토대왕릉비가 반갑다. 실제 비는 여전히 중국 지린성에 자리하고 있다.
봉평해수욕장을 따라 제법 많은 텐트들이 보인다. 진정, 캠핑이 대세이던가. 언제부터 이렇게 세련된 장비를 갖춘 캠핑족들이 늘어났을까. 특히나 이쪽의 해변은 상대적으로 차분해 마음을 끈다. 바다를 바로 낀 해수욕장의 경우 볕을 가려줄 나무가 없다는 게 흠일까. 굳이 해변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울창한 소나무들이 볕은 물론 해풍도 막아준다. 가만, 울진은 금강송의 고장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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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죽변항 근처 봉평해수욕장을 따라 모래사장에 텐트들이 늘어섰다. 소나무들이 제법 자리를 잡고 있어 그늘을 막아주니 해변 캠핑의 매력 더욱 높아진다. 밤바다 소리를 들으며 잠드는 기분, 상상이나 되는가? 날이 좋을 땐 타프(그늘막)만 치고도 얇은 침낭에서 묵기에도 별 무리가 없을 듯 싶다. 모기의 공격을 감수한다면
오른쪽, 봉평해수욕장에서 망양정까지의 7번국도는 바다를 끼고 달릴 수 있다. 풍경도 좋거니와 바람도 좋다. 창문 바깥으로 스며드는 소금냄새는 졸음운전에도 제법 효과가 있다
시원하게 뻗은 금강송을 품었네
울진에 와서 금강송을 빼놓을 순 없다. 이쯤 울진 볼거리를 꼽아보자. 금강송, 불영사와 불영계곡, 대게, 망양정, 덕구온천까지. 여행정보 책자처럼 자세한 내용은 필요하지 않다. 이번 7번국도 여행의 시작은 ‘그저 달리며 보고 느끼는 것’ 뿐이지 않았던가. 그래도 그냥 보고 지나가기만 하기는 아쉬운지라 한번쯤 짚어본다. 그 뿐이다.
우선 붉은 색으로 곧게 뻗은 금강송. 울진 소광리는 국내 최대 금강송 군락지로 꼽힌다. 수령 200년 이상 된 금강송 8만여 그루가 무리를 이루고 있다. 두천리에서 소광리까지 잇는 울진 금강소나무숲길을 걸으며 금강송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단, 탐방은 예약제로 운영된다. 화요일은 휴식일이다. 1일 80명만 가이드와 함께 걸을 수 있다. 13.5km의 길로 6~7시간 정도 필요하다. 중간에 탈출로가 없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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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체, 울진에 자리한 관동팔경의 하나, 망양정. 망양해수욕장과 가까이 있다. 왕피천과 동해바다가 더해지는 장면을 바라볼 수 있다. 망양정은 고려시대에 처음 세워졌다. 세월이 흘러 허물어진 것을 1471년(성종 2) 평해군수 채신보가 현종산 남쪽 기슭으로 이전했다. 이후 1517년(중종 12) 파손된 것을 1518년에 이어 1590년(선조 23) 또 중수했다. 허물어지고 고쳐짓고를 반복하다 1858년(철종 9) 지금의 자리로 옮겨 세웠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주춧돌만 남은 것을 1958년 중건, 다시 퇴락해 2005년 기존 정자를 완전 해체하고 새로 건립했다
7번국도를 타고 왕피천과 가까워진다. 동해와 몸을 섞는 왕피천 가까이 관동팔경의 하나인 망양정이 있다. 금강산에서 시작한 관동팔경 중 남한에 자리한 여섯 곳은 모두 저를 관동제일경이라 부른다. 망양정은 숙종이 친필로 하사한 ‘관동제일루’ 편액으로 힘을 싣는다. 망양해수욕장에서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바로 망양정이다.
유유히 흐르던 왕피천을 거슬러 올라간다. 이제부터는 7번국도에서 벗어나 굽이굽이 이어진 36번국도를 따라 간다. 왕피천이 만들어낸 관광동굴 제1호, 성류굴과 닿는다. 왕피천과 동굴 안쪽이 여전히 물줄기가 이어져 동굴 안에도 물고기가 산다. 바깥의 무더운 날씨와 전혀 무관한 차가운 온도가 동굴여행의 매력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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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국내 첫번째 관광동굴 성류굴. 탱천굴 또는 선유굴이라고도 한다. 총길이 800m 중 주굴은 약 470m 정도 된다. 선유산 절벽 밑, 왕피천가에 자리잡고 있다. 한국 석회암 동굴 중 최남단에 자리하고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고 관광동굴로 개발된 이후에는 그 훼손도가 매우 심각하다
오른쪽, 15km에 이르는 불영계곡. 왕피천의 지류인 광천이 심한 감입곡류를 하며 생긴 계곡으로 '한국의 나이아가라 폭포'라는 별칭도 있다. 신라 의상대사가 창건한 불영사를 품고 있어 불영사계곡이라고도 부른다. 계곡피서는 물론 36번국도를 따라 이어지는 드라이브 코스도 부족하지 않다
아는만큼 보인다고요? 알고 싶은 것만 보인답니다!
성류굴과 7번국도를 뒤에 두고 불영계곡을 따라 불영사로 향한다. 울진에 와서 불영사를 빼놓을 수는 없다. 불영계곡도 마찬가지다. 불영계곡의 중심, 울창한 숲을 지나 불영사에 닿는다.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했다. 당시 연못에 비친 부처님의 형상 덕분에 불영(佛影)이란 지금의 이름을 얻게 되었다. 주차후 불영사 초입 연못까지 이어지는 길은 시원한 불영계곡을 따라간다. 사찰의 중심인 대웅보전과 무영탑이 사이좋게 자리하고 있다. 잘 살펴보면 대웅보전을 머리만 내민 돌거북이 건물을 짊어지고 있다. 천축산의 불기운을 다스리기 위한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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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체, 불영계곡을 따라 걸어들어가면 불영사 연못이 맞아준다. 불국사의 말사로 651년 의상대사가 창건했다. 부근 산세가 인도의 천축산과 비슷하다고 천축산으로 불렀다. 전면에 큰 못에 있는 아홉마리 용을 주문으로 쫓아낸 후 그 자리에 절을 지었다. 부처 형상을 한 바위의 그림자가 항상 못에 비치므로 불영사라고 불렸다. 대웅보전(사진 오른쪽)을 받치고 있는 돌거북은 천축산의 화기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36번국도를 타고 영주와 봉화 방면으로 향하다 917번 지방도를 타고 북쪽으로 가면 울진의 대표얼굴, 금강송군락지다. 앞서 설명했듯이 미리 예약해두지 않으면 발을 들일 수 없으니 미리 준비하는 편이 좋다. 다시 36번국도를 타고 망양정으로 향한다.
참, 망양해수욕장에서는 7번국도 대신 920번 지방도에 올라도 좋다. 7번국도에 기대했던 ‘해안도로’의 꿈을 잠시나마 채워주는 해안도로가 약 10km 정도 덕산해수욕장까지 이어진다. 다시 7번국도를 타고 관동팔경 최남단, 월송정으로 향한다. 구불거리는 옛길은 옛길대로, 쭉 뻗은 새길은 새길대로 같은 방향이긴 하지만 엄연히 독립된 각자의 길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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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중국 월(越)나라에서 소나무를 가져와 심었다고 ‘월송정(越松亭)'이라고 부른다. 또 신라 화랑 영랑, 술랑, 남석, 안상 등이 달밤에 이곳을 유람했다는 설화 덕분에 ‘월송정(月松亭)’이라고도 한다. 어느쪽이든 아름다운 경치는 품고 있다. 관동팔경의 최남단에 자리하고 있다. 당시는 울진 평해도 관동(강원도) 지역이었음을 보여준다
오른쪽, 월송정에서 바라본 풍경. 바다와 하늘이 맞닿아 있고 월나라에서 가져와 심었다는 소나무가 가득이다. 달밤에 풍류를 즐기는 화랑들이 절로 그려진다
월송정(越松亭)은 중국 월(越)나라에서 소나무를 가져와 심었다고 ‘월송정(越松亭)’이라고도 하고, 신라 화랑들이 달밤 이곳에서 놀았다 해 ‘월송정(月松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조선시대 성종이 화공에게 명해 팔도의 정자 중 가장 풍경이 뛰어난 곳을 그리도록 했는데 영흥의 용흥각과 평해(울진)의 월송정이 뽑혔다. 순위를 정하기 어렵자 성종이 “용흥의 연꽃과 버드나무가 아름답기는 하나 월송정에 비할 수 없다”며 월송정의 손을 들어줬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소나무 숲을 앞에 두고 푸른 수평선이 펼쳐진다. 화랑들이 놀았다던 달밤의 풍경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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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체, 강구항의 표정이 밝다. 날이 좋아 찾는이들이 많다. 대게 대신 홍게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 역시 '게'인 것을. 만만하게 보면 곤란하다. 국산보다는 러시아에서 잡아온 홍게가 주를 이른다고. 포획량에 따라 약간의 시세 차이는 있지만 울진보다 영덕이 조금 비싼 편이다. 강구항에선 자잘한 홍게 10마리를 5만원 선에서 맛볼 수 있다
후포항을 건너 영덕으로 들어선다. 점점 바다와 멀어진다. 바다와 나란히 이어지는 20번 지방도를 따를까 하다, 7번국도위로 오른다. 강구항에 이르러서야 바다와 조우한다. 싱싱한 해산물로 허기를 채우는 것도 좋겠다. 하지만 강구항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사실! 예쁘게 생긴 홍게가 즐비하다. 울진보다 약간 가격이 비싼 듯 하다.
만났다 떨어졌다 7번국도와 함께 영덕까지 내려왔다. 코앞이 포항이다. 바다와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한다. 잠시 떨어져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화진휴게소까지 사이좋게 달리다 포항으로 향하며 다시 내륙으로 들어선다.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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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수도권 경부고속도로→신갈 분기점→영동고속도로→강릉IC→7번국도(포항 방면)→울진
●경상권 남해고속도로→칠원 분기점→중부내륙고속도로→금호분기점→중앙고속도로→영주IC→36번국도(울진 방면)→울진
●호남권 88고속도로→금호 분기점→중앙고속도로→영주IC→36번국도(울진 방면)→울진
영덕
●수도권 경부고속도로→신갈 분기점→50번 영동고속도로→만종 분기점→중앙고속도로→서안동IC→34번국도(영덕 방면)→영덕
●경상권 남해고속도로→칠원 분기점→중부내륙고속도로→금호 분기점→익산포항고속도로→포항IC→7번국도(영덕 방면)→영덕
●호남권 88고속도로→금호 분기점→익산포항고속도로→포항IC→7번국도(영덕 방면)→영덕
즐길거리&볼거리
울진 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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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구온천 자세히보기 구수곡자연휴양림 자세히보기 망양정 자세히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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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류굴 자세히보기 불영사 자세히보기 금강소나무림 자세히보기
영덕 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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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불해수욕장 자세히보기 신돌석장군유적지 자세히보기 괴시리전통마을 자세히보기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스마트관광팀 이소원 취재기자(msomm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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