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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있는여행 --- 강경에 젓갈만 있게요?

바람소리7 2011. 10. 27. 13:58



 

  


매년 10월 중순 즈음 열리는 강경발효젓갈축제 준비가 한창인 옛 강경 포구 일원. 불과 100여 년 전만 해도 성어기면
하루 100여 척이 넘는 고깃배가 드나들었다. 역사의 빛나는 한때를 함께 했던 옛 포구의 금강 줄기는 여전하다


매년 10월이면 강경은 짭조름한 젓갈 냄새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옛 강경포구 인근에서 강경발효젓갈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강경을 ‘젓갈’로 기억하지만 알고 보면 강경에는 정말 많은 얘깃거리가 스며있다. 지금은 작은 시골 읍내이지만 불과 100년 전만해도 성어기면 하루 1백 여 척의 고깃배가 드나들던 곳이자, 육로와 수로 장삿길이 이어지는 요지였다. 사라져간 것을 그리기에 이 계절만큼 좋을 때가 또 있을까. 깊어가는 가을, 충남 강경을 찾았다.

 

 

 

20세기 초반, 고깃배로 북적이던 강경 포구



금강 줄기를 따라 자리한 억새의 춤사위가 진해진 가을을 알린다


강경이란 지명은 강경포((江景浦)에서 유래했다. 금강을 낀 포구 이름이 아예 이 지방 지명으로 자리 잡은 것. 강경에서 무엇보다 먼저 금강을 살펴야 하는 이유다.

금강은 전북 장수군 장수읍의 신무산(897m)에서 발원해 무주와 군산을 거쳐 서해로 흘러든다. 강 길이가 무려 1000리(약 400km)에 달한다. 남한에서 한강과 낙동강 다음으로 긴 물줄기다. 신무산 뜬봉샘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진안의 구량천·진안천과 합류해 무주와 영동으로 흘러간다. 산자락을 파고든 금강 상류는 덕유산(1594m)·백운산(1279m) 등 험준한 산줄기를 파고든다. 무주구천동의 절경도 그 덕분이다.
 

 


[왼쪽]포구를 가득 채우던 고깃배들은 모두 뭍으로 올라와 쉬고 있다. 한때 번성했던 강경포구를 증명한다
[가운데/오른쪽]허전한 포구의 기억은 강경 읍내를 구석구석 채운 젓갈들이 대신한다. 바닷물이 드나들던 비릿한 냄새를 기억하는 것일까 




물줄기는 다시 충남 금산의 봉황천 그리고 미호천과 합류한다. 풍부한 금강 줄기는 비옥한 땅을 품고,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모든 문명은 물줄기에서 시작하지 않았던가. 충남에서 남서 방향으로 물길을 튼 금강 줄기는 공주와 부여 등 백제의 옛 도읍을 지나 강경에 닿는다. 강경에 이른 금강 줄기는 충남과 전북을 가르며 황해와 몸을 섞는다.
 



 


옥녀봉에서 내려다보는 금강 줄기. 번성했던 강경 포구를 저 물줄기는 기억하고 있을까


넘쳐나는 해산물을 처리하기 위해 시작한 ‘염장’이 현대의 ‘강경발효젓갈’의 효시다.
포구는 사라졌지만 바다를 품은 비릿한 젓갈 냄새는 강경의 전성기를 여전히 기억해낸다




금강 하류에 자리한 강경은 서해에서 가장 깊숙이 내륙으로 뻗은 하항(河港)이었다. 강경의 심장, 강경포구가 그 역할을 했다. 밀물과 썰물의 영향력 아래 서해 최대 수산항일뿐 아니라 충청도와 전라도를 잇는 해상·육상 교통의 요지이기도 했다. 발달한 교통 덕분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또 갖가지 수산물이 내륙으로 닿는 가장 빠른 통로였으니 시장이 발달하는 것은 당연했을 터다. 강경장은 평양장, 대구장과 함께 조선 3대 시장의 하나로 꼽혔다.


조선시대 인문지리학자 이중환(1690~1756) 선생은 <택리지>에서 강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은진의 강경은 충청도와 전라도의 육지와 바다 사이에 자리잡아, 금강 남쪽 들 가운데에서 하나의 큰 도회를 이룬다. 바닷가 사람과 산골 사람들이 모두 여기서 물건을 사고판다. 언제나 봄과 여름 사이에 생선을 잡고 해초를 뜯는데, 이때에는 비린내가 마을을 뒤덮고 큰 배와 작은 배가 두 갈래로 갈라진 항구에 담처럼 밤낮으로 늘어서 있다. 한달에 여섯 번씩 열리는 큰 장에는 먼 곳과 가까운 곳의 물화가 모여 쌓인다.

한달에 여섯 번씩 열리는 큰 장은 강경장이었으리라. 이중환 선생이 살았던 시대에도 강경은 포구로 제법 이름을 날렸던 것 같다.

 

 

 

철도 들어서면서 쇠하기 시작하다

 



읍내의 작은 문방구에 들어가는 아이들을 따라갔다. 일찌감치 군것질 거리를 쇼핑한 아이들의 조언을 얻어 신나는 쇼핑에 동참했다. 하나에 100원. 다섯 개나 골랐는데 500원이다. 강경 읍내를 돌아다는 동안 든든한 간식거리이자 골목에서 만나는 할머니들과의 관계를 돈돈하게 해준 일등공신이었다





교통의 요지이자 고깃배로 넘쳐나던 풍족했던 강경은 1920년대 이미 전기·수도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사람과 돈이 몰리니 은행이며 극장도 따라 들어섰다. 대전은 물론 금강 주변 부여·공주·군산 등도 강경 상권에 속했다고 하니 굉장한 규모다. 강경 읍내에 남아있는 등록문화재 구 한일은행강경지점(제324호), 구 강경노동조합(제323호), 강경북옥감리교회(제42호), 구 남일당한약방(제10호), 강경중앙초교강당(제60호), 구 강경공립상업고등학교관사(제322호) 등이 빛나던 그 시절을 읊조린다.

1914년 장항선 철도가 놓이면서도 이어지던 강경의 명성은 6·25전쟁을 전후로 끝난다. 전쟁 당시 공공기관이 모여 있던 강경 읍내는 폭격으로 대부분이 파괴되었고, 육로 교통의 발달로 강경 포구의 역할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강경은 그리고 강경장은 그렇게 작아져갔다.
 

 

 


강경 읍내를 걷다보면 영화세트장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건물 뿐 아니라 읍내에서 흔하게 만나는 이들이 옛날, 그 언젠가 빛나던 시절에 멈춰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잠깐, 강경 젓갈이 유명한 이유를 알아보자. 강경 포구에 고깃배가 쉴새없이 드나들던 시절, 팔고 남은 해산물을 처리해야 했다. 염장기술이 발달했던 이유다. 강경 젓갈은 젓갈축제와 함께 본격적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강경 읍내에 자리한 젓갈시장이 이를 증명한다. 새우젓이며 명란젓, 낙지젓 등 다양한 젓갈을 시식하는 재미도 놓치지 말자.
 


 


[왼쪽]1931년 당시 교장 사택으로 건립된 옛 강경 공립상업고등학교 관사. 1920년대에 이미 수도와 전기가 들어왔다는 강경의 전성기를 보여준다. 한국 전통미에 일본식이 가미된 독특한 형태를 보인다
[가운데]강경 중앙초교 강당. 강경읍에서 가장 먼저 세워진 근대식 교육기관이다. 1937년 준공 당시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어 당시 학교 강당의 모양을 보여준다
[오른쪽]남일당 한약방. 1920년대 충남과 호남을 통털어 가장 큰 규모였다고. 강경 포구는 온갖 재화와 사람들이 몰려드는 부촌의 심장이었다. 내부를 보고 싶다면 주말에 찾아가는 것이 좋다






젓갈을 맛보며 강경 읍내도 한 바퀴 걸어보자. 두어 시간 정도면 근현대사를 오롯이 품은 과거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먼저 강경읍사무소에서 지도를 챙기자. 강경읍사무소에서 강경고교와 강경여중을 지나 강상고교로 향한다. 옛날 강경상고가 강상고교로 바뀌었다. 강상고교 한켠에 1931년 교장 사택으로 지은 ‘강경공립 상업고등학교 관사’가 있다. 한국 전통에 일본식이 가미된 독특한 형태다. 다시 돌아 나와 강경여중 맞은편에 있는 중앙초교로 들어선다. 1937년, 강경읍에서 가장 먼저 세워진 근대식 교육기관이자 체육관 겸용으로 지어진 강당이 있다.중앙초교 정문을 오른쪽에 두고 직진하면 구 남일당 한약방에 닿는다. 골목마다 안내판이 없으니 지나가는 이에게 묻는 편이 좋다. 1920년대 강경 시장 사진 속 건물 중 현재까지 남아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옥녀봉에 오르면 강경읍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배가 드나드는 강경포구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 자리한 최초의 교회도 놓치지 말자




옥녀봉으로 향하는 길, 북옥감리교회와 만난다. 1923년 건축된 한옥교회로 지금도 교회로 사용되고 있다. 지척에 옥녀봉이 있다. 금강은 물론 방향을 바꾸면 강경 읍내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불과 100여년 전만 해도 고깃배들로 가득했을 강경 포구도 보인다. 시끌벅적한 포구의 모습이 그려진다. 말없이 자리를 지키는 강줄기는 무엇을 그리고 있을까.

 

 

여행정보


● 교통
경부고속도로→논산-천안간 고속도로→연무 나들목→68번 국가지원 지방도→강경
중부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지선→68번 국가지원 지방도→강경 <수도권 기준 2시간30분 소요>


● 강경 별미는 우어를 첫손에 꼽는다. 우어를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역에 사는 웅어라는 물고기. 우어회는 강경을 비롯해 금강 하구에 자리한 부여, 군산 등에서 맛볼 수 있는 초봄 별미다. 하지만 운이 좋으면 10월, 지금도 생물 우어회를 맛볼 수도 있다. 보통은 2월 초순부터 잡히기 시작한다. 황산대교 근처 4대째 이어오는 황산옥(041-745-4836)이 우어회 전문으로 유명하다. 우어회(3인분) 3만원. 생복찌개(소) 6만원 선. 강경 별미 젓갈도 빼놓지 말자.

● 참조 논산시청 대표전화 041-730-3224, www.nonsan.go.kr

 

 

강경읍내 볼거리

 

☞구 한일은행 강경지점

☞구 강경공립상업고등학교 관사

☞구 남일당 한약방

 

☞구 강경북옥감리교회

☞강경 옥녀봉

☞죽림서원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스마트관광팀 이소원 취재기자(msomme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