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항구도시다. 그렇다고 바다만 있는 건 아니다. 부산(釜山)이라는 지명부터가 산의 모양이 가마솥을 닮았다고 붙여졌다. 산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오늘의 여행지는 부산 금정산성 자락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우리나라 민속주 1호, 부산 금정산성 막걸리가 주인공이다.
금정산성 막걸리의 핵심, 누룩과 누룩이 익어가는 누룩방 전경
잠시 부산의 맛을 살펴보자. 부산하면 어떤 먹거리가 떠오르는가? 자갈치 시장의 꼼장어와 바닷가의 싱싱한 해산물을 시작으로 부산 전역에서 만날 수 있는 돼지국밥과 밀면, 깡통시장의 유부주머니, 국제시장의 씨앗호떡, 생선 듬뿍 들어간 부산 어묵, 된장에 찍어먹는 순대까지. 줄줄이 이어진다. 아, 동래파전도 있다. 뭍과 물의 다양한 먹을거리들 사이에서 누리는 행복한 고민은 부산 여행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이처럼 다양한 맛의 고장 이곳 부산에 아는 사람만 아는 ‘맛’이 있다. 전국의 애주가 침 넘어가게 하는 막걸리, 금정산성 막걸리가 주인공이다. 파전으로 유명한 동래구 근처의 금정산 자락 산성마을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누룩이 익어가고 있다. 금정산성 막걸리, 이름 그대로 이곳 금정산성 마을 태생이다.
산성마을 막걸리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신기한 일이다. 평지도 아닌 산자락, 산성마을에서 어떻게 막걸리가 만들어지게 되었을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는 금정산성과 산성마을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지도에서 한반도 동남쪽에 자리한 부산을 살펴보자. 지금이야 최첨단 항구도시이자 한반도로 들어서는 바닷길의 최대 관문으로 꼽히는 부산. 하지만 같은 이유로 그의 과거는 평탄치 않았다. 외세의 입장에서 보자면 부산은 한반도로 입성하기 위해 포기할 수 없는 관문이었을 것이다. 이는 부산 뿐 아니라 현해탄을 마주한 한반도 해안 고장들의 숙명이었다.
금정산성마을 초입과 금정산성 막걸리가 만들어지는 양조장
금정산성 마을에서 차로 5분 거리, 금정산성 동문 전경
여기에 조선시대 최대의 사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 더해진다. 침략 1개월 만에 경남 창원 아래로 물러난 왜구가 7년간 버티다 물러간 임진왜란, 조선 역사상 가장 큰 패배의 하나로 꼽히는 병자호란. 양란은 정치, 경제, 문화는 물론 일반 백성들의 생활과 언어, 풍속 등 조선 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금정산성(사적 제215호)은 양란을 겪고 난 후인 1703년(숙종 29) 성벽의 길이 약 17km, 높이 1.5~3m, 면적 8㎢(약 242만평)로 태어난다. 처음 산성을 쌓은 연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남해안 왜구 침입이 빈번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훨씬 전부터 성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1667년(현종 8), 통제사 이지형을 불러 왜구의 침략을 방어할 대책을 강의할 때 금정산성을 언급했다는 기록도 이를 증명한다.
‘산성마을에서 어떻게 막걸리가 만들어지게 되었을까’ 질문에 금정산성 이야기가 길었다. 금정산성 막걸리는 산성 덕분에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산성을 만들던 석축자들의 새참술, 그게 바로 금정산성 막걸리의 시작이었다. 당시에는 부산산성 막걸리라고 불렀다고 전해진다. 어찌나 맛있던지 고향으로 돌아간 석축자들은 그 맛을 잊지 못해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조선 팔도에 부산산성 막걸리가 이름을 알린 이유다.
비소리 품고 익어가는 부드럽고 깊은 맛
신기한 일이다. 평지도 아닌 산자락, 산성마을에서 어떻게 막걸리가 만들어지게 되었을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는 금정산성과 산성마을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지도에서 한반도 동남쪽에 자리한 부산을 살펴보자. 지금이야 최첨단 항구도시이자 한반도로 들어서는 바닷길의 최대 관문으로 꼽히는 부산. 하지만 같은 이유로 그의 과거는 평탄치 않았다. 외세의 입장에서 보자면 부산은 한반도로 입성하기 위해 포기할 수 없는 관문이었을 것이다. 이는 부산 뿐 아니라 현해탄을 마주한 한반도 해안 고장들의 숙명이었다.
현대로 넘어오면서는 박정희 대통령과의 인연이 더해진다. 부산 군수사령관으로 복무할 당시 금정산성 막걸리를 즐겼던 박정희 대통령은 주류허가를 받지 못해 밀주로 만들어지던 금성산성토산주에 대통령령으로 허가를 내준다. 1979년의 일이다. 그렇게 금정산성 막걸리는 대한민국 민속주 1호로 태어난다.
조선시대 특별한 소득이 없던 산성마을 주민들은 생계수단으로 누룩을 빚었다. 고향에 돌아간 석축자들이 잊지 못한 그 술이 바로 이 누룩으로 만들어졌다. 지금도 전통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막걸리를 맛보기 전 만드는 과정부터 들어보자.
누룩을 부숴 물에 섞는다
고두밥을 찐다
“통밀을 굴게 갈아 깨끗한 물로 반죽합니다. 발로 꼭꼭 눌러 반죽해서 누룩방으로 보내죠. 48~50℃로 보름간 발효하면 이런 피자 모양의 누룩이 됩니다. 밀가루에 효모를 넣어 만든 공장 누룩과는 다를 수 밖에 없지요. 완성된 누룩을 갈아 물과 고두밥과 섞어 발효탱크에서 숙성시키면 막걸리가 됩니다. 물을 섞어 술 도수를 맞추면 알콜 도수 8도의 금정산성 막걸리가 완성됩니다.”
금정산성 토산주 유청길 대표의 설명이다. 술 익어가는 소리는 봄밤을 적시는 비소리 같다. 발효 거품을 내면서 ‘사각사각’ ‘바스락바스락’ 같은 소리를 낸다. 금정산성 마을 어디를 가든 금정산성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 마을 별미로 꼽히는 염소불고기에 한잔 곁들여도 좋다. 마을 곳곳에 산채요리며 닭·오리 등을 맛볼 수 있는 음식점들이 제법 많다.
누룩과 고두밥을 섞어 발효시킨다
완성된 막걸리. 이제 여기에 물을 섞어 알콜도수 8을 맞추면 금정산성 막걸리 완성이다. 전통방식으로 만드는 술에서만 볼 수 있는 술지게미. 지금이야 가축 사료로 쓰인다지만 배고픈 시절, 귀한 먹거리였다
이 맛은 어떻게 설명할까. 톡 쏘는 맛보다는 부드럽고 뭉근하다. 가볍지 않은 맛이다. 무게감이 있다고 해야할까. 그러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에 천천히 퍼져간다. 별다른 안주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다. 어르신들은 말씀하시던 '옛날 막걸리‘가 이런 맛 아닐까.
직접 막걸리 만드는 걸 보고 싶다면 미리 문의하자. 막걸리 체험교실도 운영하고 있으니 가족단위 체험여행으로도 충분하다. 문의는 금정산성 문화체험(051-517-6848). 취재 중에도 일본인 관광객들이 누룩을 보러 찾아왔다. 누룩을 보거나 막걸리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피는 것은 언제든 가능하다.
여행정보
1. 찾아가는길
* 자가용
* 대구부산고속도로→대동 분기점→중앙고속도로지선→물금IC→한국복합물류양산터미널 방면으로 우회전→호포대교→35번 국도(사상 방면)→화명 삼거리에서 좌회전→금정산성초등학교 **주소: 부산시 금정구 금성동 554-1 서
* 대중교통
* 부산 지하철 1호선 온천장역 하차→203번(온천장역↔산성) 버스 이용 금정산성 지나는 버스: 110번, 80번, 49-1번
2. 별미
금정산성은 염소불고기가 유명하다. 1인분 3만~3만5000원 선.
유대감: 염소불고기 051-517-4004
산성집: 염소불고기 051-517-7900
기장집: 염소불고기, 오리, 토종닭 051-517-5705
성안집: 염소불고기, 오리, 토종닭 051-517-0187
3. 숙박
녹천호텔 051-553-1005
천일온천호텔 051-555-8191
허심청 051-555-1121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스마트관광팀 이소원 취재기자(msomm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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