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피아노에 대한 단상

바람소리7 2008. 7. 12. 10:09

 

우리집 거실 한쪽에는 피아노가 있는데 사실 별 용도가 없다.

애들 어릴 적 큰돈 들여 샀는데 요즘은 치는 사람이 없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아파트에서 피아노를 치면 시끄럽다고 야단이기 때문에

마음 놓고 쳐본적도 없다.

애들 피아노 학원 다닐적 가끔 치는 소리를 듣긴 했는데

요즘은 그저 하나의 장식품에 지나지 않는다.


얼마전 거실 가구 바꾸면서 제발 피아노 좀 처분 하자고 했더니

3모녀가 뭔소리냐는 듯이 나를 쳐다본다.

내가 거실이 좁아 컴퓨터 놓을 자리가 없으니까 피아노를 처분하고

그 자리에 컴퓨터 놓자고 하니까 작은 딸은 가끔 피아노를 치지만

한참 생각해 보더니 엄청 양보하여 아빠 좋을 대로 하란다.

큰딸은 이러나 저러나 좋다고 하고...


그런데 와이프가 강력히 반대한다.

사실 우리 와이프는 피아노를 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피아노에 대해서는 무슨 깊은 뜻이 있는지

애착이 무척 강하다.


피아노 때문에 옥신각신 하다가 문득 초등학교때의 풍금이

떠오른다.

여선생님의 반주에 맞추어 노래부르던 옆반의 여학생들의 모습이...

난 초등학교 6년을 한번도 여선생님을 만난 적이 없다.

아직도 여선생님을 만나지 못한 것이 아쉽기만 하다.


그래도 우리반 남선생님은 그런대로 풍금은 잘 치신것 같다.

옆반 선생님은 풍금을 못쳐 음악시간만 되면 1,2반 합반을 하기도 했으니까

우리반 남선생님의 손은 조금 투박해도 풍금에서 흘려나오는 소리는

그 어떤 악기보다도 훨씬 멋있었고 고풍스러웠다.

오른손은 도레미파솔라시도 계명을 연주하고 왼손은 화음을 넣는데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언젠가 술집에서 취객이 노래부르며 피아노를 치던 모습이

너무나 멋져 보여 나도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으니까...


그나저나 거실은 좁고 피아노를 어떻게 해야겠는데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2008. 4. 6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년의 기억  (0) 2008.07.12
아구찜  (0) 2008.07.12
춘곤증  (0) 2008.07.12
망중한!  (0) 2008.07.12
도다리 쑥국과의 첫 만남!  (0) 2008.07.12